케이크 위에 올려둔 설탕 장식이 처음에는 단단하고 보송했는데 냉장고에 넣었다 꺼낸 뒤 갑자기 반짝거리거나 끈적해질 때가 있습니다. 얇은 장식은 끝부분부터 축 처지고, 서로 다른 색을 사용한 부분에서는 경계가 번지기도 합니다.
차가운 곳에 넣었으니 오히려 더 단단해져야 할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입니다.
이때 설탕 장식에 생기는 변화는 초콜릿이나 버터가 따뜻해져 녹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설탕 장식에서는 온도 자체보다 수분과 습도를 먼저 봐야 합니다.
설탕은 공기 중의 수분을 끌어당깁니다
설탕은 주변에 있는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를 흡습성이라고 하는데, 단단하게 말려놓은 설탕 장식도 습한 환경에 오래 있으면 조금씩 수분을 받아들입니다.
처음에는 표면이 살짝 끈적거리는 정도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택이 생기고 모서리가 무뎌지며, 얇은 장식이라면 형태가 축 처지기도 합니다.
특히 설탕 레이스나 얇은 꽃잎, 가느다란 글씨처럼 표면적이 넓고 구조가 얇은 장식은 변화가 더 빨리 눈에 띕니다.
여기서 흔히 ‘설탕 장식이 녹았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열을 받아 녹았다기보다 설탕이 수분을 흡수하고 그 수분에 표면 일부가 녹으면서 부드러워지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냉장고에서는 멀쩡했는데 꺼내자마자 젖는 이유
오히려 냉장고 안에서는 괜찮았는데 꺼낸 뒤부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름에 차가운 물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병 표면에 물방울이 생깁니다. 케이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차갑게 식은 케이크를 따뜻하고 습한 실내로 꺼내면 주변 공기의 수분이 차가운 표면에서 응결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물방울이 설탕 장식에 닿으면 설탕 표면이 수분을 흡수합니다. 냉장고에서는 보송했던 폰던트가 밖에 꺼낸 뒤 갑자기 반짝거리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보통 이런 변화가 나타납니다.
* 표면이 보송하지 않고 번들거립니다.
* 손에 끈적하게 묻어납니다.
* 얇은 장식의 끝이 처집니다.
* 모서리가 조금씩 둥글게 무너집니다.
* 색이 다른 장식끼리 맞닿은 곳에서 색이 번질 수 있습니다.
모든 설탕 장식이 똑같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탕을 사용했다고 해서 모든 장식이 습기에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배합이 다르고 들어가는 재료와 건조 정도, 장식의 두께도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장식 종류 습기에 노출됐을 때 특히 신경 쓸 부분
폰던트 표면이 끈적하고 번들거릴 수 있음 결로와 높은 습도
검페이스트 얇은 부분이 부드러워질 수 있음 꽃잎과 가느다란 장식
로열아이싱 단단했던 표면이 약해질 수 있음 충분한 건조
설탕 레이스 다시 유연하거나 끈적해질 수 있음 높은 습도
같은 재료라도 두껍고 충분히 건조된 장식은 겉면에 약간 습기가 생겨도 형태가 바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종잇장처럼 얇은 장식은 적은 양의 수분만 받아도 상태 변화가 훨씬 잘 보입니다.
물방울이 생겼다고 휴지로 닦으면 안 되는 이유
냉장고에서 꺼낸 폰던트에 물방울이 맺혀 있으면 가장 먼저 휴지나 키친타월로 닦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때가 오히려 조심해야 할 순간입니다.
표면의 설탕이 이미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휴지나 손으로 문지르면 그 부분만 자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색소가 사용된 장식이라면 색이 묻어나거나 번질 수도 있습니다.
매끈하게 마감한 폰던트는 손으로 한번 문지른 부분만 질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물방울이 생겼다면 바로 닦으려고 하기보다 가능한 한 손대지 않고 주변의 습도를 낮춰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두는 편이 낫습니다.
냉장이 필요한 케이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서 조금 애매해집니다.
설탕 장식만 생각하면 건조한 환경이 좋지만 생크림이나 커스터드, 크림치즈처럼 냉장이 필요한 재료가 들어간 케이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설탕 장식을 보호하겠다고 냉장이 필요한 케이크를 장시간 실온에 둘 수는 없습니다. 식품 보관 조건이 장식보다 우선입니다.
이럴 때는 장식과 케이크를 가능한 한 나눠서 생각하는 편이 편합니다.
미리 만들어둘 수 있는 설탕 장식이라면 충분히 건조한 뒤 밀폐용기에 따로 보관하고, 케이크를 내놓기 직전에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장식을 붙인 상태로 냉장해야 한다면 케이크를 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꺼낸 뒤에도 바로 상자를 열기보다 차가운 케이크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도록 두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가운 표면이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갑자기 만나면서 생기는 결로를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냉장고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습도입니다
설탕 장식이 녹는 문제를 냉장고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원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장마철처럼 실내 습도가 높은 날에는 냉장고에 넣지 않은 설탕 장식도 끈적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내가 건조하다면 같은 장식도 비교적 오랫동안 단단하게 유지됩니다.
그래서 로열아이싱이나 설탕 레이스처럼 미리 만들어 사용하는 장식은 충분히 말린 뒤 습기가 들어가지 않는 밀폐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속까지 완전히 마르지 않았는데 바로 밀폐하면 장식 자체에 남아 있던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설탕 장식은 단순히 ‘차갑게 보관해야 하는 장식’이라기보다 건조한 상태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장식에 가깝습니다.
장식을 올리는 시간을 늦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케이크를 하루 전에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모든 장식을 전날부터 올려둘 필요는 없습니다.
케이크 자체는 필요한 조건에 맞춰 냉장하고, 설탕 장식은 별도로 충분히 말려두었다가 포장하기 직전이나 케이크를 내놓기 전에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얇은 글씨나 꽃잎, 레이스처럼 습기에 민감한 장식이라면 이 방법이 훨씬 관리하기 편합니다.
반대로 이미 케이크 위에 붙인 상태라면 냉장고에서 꺼낸 직후 표면을 계속 만지거나 물방울을 닦으려고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차가운 냉장고에 넣었는데 설탕 장식이 녹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냉장고가 따뜻해서가 아닙니다.
설탕이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과 차가운 표면에 생기는 결로가 만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설탕 장식을 깔끔하게 유지하려면 무조건 냉장을 피하기보다 충분히 건조하고 습기를 차단해 보관하는 것, 그리고 냉장고에서 꺼낸 뒤 급격한 온도와 습도 변화를 줄이는 쪽이 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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