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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넣지 않은 빵도 왜 부풀까? 밀가루 속 효소와 발효 원리

by yomiyom 2026. 9. 10.

밀가루와 물, 이스트, 소금만 넣은 단순한 빵 반죽도 시간이 지나면 부피가 커집니다.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았는데 이스트가 발효를 이어갈 수 있는 데는 밀가루 속 전분과 효소가 관여합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반죽 안에서는 발효에 필요한 당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빵이나 단과자빵 레시피에는 설탕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바게트나 깜빠뉴처럼 설탕을 넣지 않고 만드는 빵도 있습니다. 그런데 밀가루와 물, 이스트, 소금 정도만 넣은 반죽도 발효실에 두면 어김없이 부풀어 오릅니다.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생깁니다. 이스트가 발효하려면 이용할 수 있는 당이 필요한데, 레시피에는 설탕 한 숟가락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스트가 밀가루의 전분 덩어리를 그대로 먹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서 전분을 더 작은 당으로 바꾸는 과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밀가루에는 전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밀가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분은 전분입니다. 빵을 만들 때 자주 이야기하는 글루텐 때문에 단백질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지만, 실제 밀가루의 상당 부분은 전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전분 분자가 상당히 크다는 것입니다. 이스트가 발효에 바로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반죽 안에서 일하는 것이 밀가루에 원래 존재하는 효소입니다. 그중 제빵과 밀접한 것이 아밀라아제로, 전분을 더 작은 당으로 분해하는 데 관여합니다.

반죽 안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간단히 보면 전분 → 효소에 의한 분해 → 이스트가 이용할 수 있는 당 → 발효로 이어집니다.

이스트는 이렇게 공급되는 당을 이용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여러 발효 산물을 만들어냅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반죽 속 기포가 커질 수 있는 가스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물론 밀가루에는 처음부터 소량의 단순당도 들어 있고 전분 분해 역시 한 단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홈베이킹에서 모든 생화학 과정을 외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설탕을 넣지 않은 반죽에서도 발효에 사용할 당이 계속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여러 레시피가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설탕이 없는데도 바게트가 부푸는 이유

바게트의 기본 배합을 보면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처럼 상당히 단순합니다. 단맛을 내기 위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반죽은 발효하고 오븐에서는 충분히 부풀 수 있습니다.

반죽에 물을 넣는 순간부터 밀가루 안의 여러 성분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효소 역시 수분이 있는 반죽 안에서 작용하면서 손상된 전분 등에 접근하고, 발효에 이용될 수 있는 당의 공급에 관여합니다.

여기서 설탕을 넣으면 이스트에게 먹이를 직접 던져주는 것이고, 넣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실제 제빵과 조금 어긋납니다. 밀가루 자체가 발효에 필요한 재료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탕을 넣지 않았으니 발효가 안 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설탕 함량이 높은 반죽에서는 당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이스트가 받는 삼투압 스트레스 때문에 발효가 느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단과자빵의 발효를 다룰 때 따로 연결해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효소가 많이 작용하면 발효도 무조건 좋아질까요?

여기서 또 하나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전분을 분해해 당을 공급하는 작용이 발효에 필요하다면, 효소 활성이 강할수록 빵도 잘 나올 것 같지만 실제 반죽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분은 발효 중 당을 공급하는 재료이면서 굽는 과정에서는 빵 속 구조와도 관계합니다. 효소 작용이 지나치게 강하면 굽고 난 뒤 속이 끈적거리거나 지나치게 축축한 조직이 나타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활성이 너무 낮으면 발효와 굽기 중 필요한 당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빵 껍질의 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빵용 밀가루의 효소 상태를 이야기할 때 '폴링 넘버(Falling Number)'라는 측정값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밀이나 밀가루의 알파 아밀라아제 활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데 쓰이는 값으로, 특히 발아 손상을 입은 밀에서는 효소 활성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빵 한두 개를 만들면서 폴링 넘버를 측정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같은 레시피인데 밀가루를 바꾼 뒤 발효나 빵 속 조직, 껍질색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면 단백질 함량만 볼 것이 아니라 밀가루가 가진 다른 특성도 결과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정도는 알아둘 만합니다.

발효 시간이 길어지면 맛이 달라지는 것도 당의 양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짧게 발효한 반죽과 천천히 발효한 반죽은 부피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이스트는 당을 이용하고, 반죽 안에서는 효소 작용과 함께 여러 화학적 변화가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산이나 향을 구성하는 여러 물질이 최종적인 빵의 풍미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발효를 단순히 '이스트가 설탕을 먹고 가스를 만드는 시간'으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눈으로는 반죽이 점점 커지는 것만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밀가루의 성분이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온에서 오랜 시간 숙성하는 반죽은 빠르게 부피를 키우는 반죽과 시간의 쓰임 자체가 다릅니다. 단순히 크게 부풀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이용해 반죽의 성질과 풍미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레시피의 설탕과 발효용 당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홈베이킹 레시피에서 설탕은 발효만을 위해 들어가는 재료가 아닙니다. 단맛을 만들고 굽는 동안 색과 향 형성에 관여하며, 제품에 따라서는 식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레시피에서 설탕을 뺐다고 해서 단순히 '이스트 먹이만 제거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설탕이 없는 레시피가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바게트처럼 밀가루 자체에서 공급되는 당을 이용해 충분히 발효할 수 있는 빵도 많습니다. 실제로 반죽을 볼 때는 설탕의 유무 하나보다 이스트 양, 반죽 온도, 발효 시간과 밀가루의 상태를 함께 보는 쪽이 결과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밀가루 봉지를 열었을 때 효소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물을 붓고 이스트를 섞어 반죽을 놓아두면 그 존재는 간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설탕을 넣지 않은 단순한 반죽이 몇 시간 뒤 공기를 품은 듯 커져 있는 모습도 그 결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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