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우면 빵 반죽을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에 두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발효는 온도가 높을수록 무조건 잘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같은 레시피인데 여름과 겨울에 발효 시간이 달라지는 이유부터, 반죽이 너무 따뜻해졌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겨울에 빵을 만들면 레시피에 적힌 발효 시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1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반죽이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으면 전자레인지 안에 따뜻한 물을 함께 넣어두거나, 난방이 잘되는 곳을 찾아 반죽을 옮겨놓기도 합니다.
반대로 여름에는 별생각 없이 주방에 두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반죽이 커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레시피도 같고 이스트 양도 같은데 계절에 따라 반죽이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셈입니다.
이 차이를 단순히 ‘겨울이라 늦다’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빵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효가 늦을 때마다 온도를 계속 높이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이스트가 활동하는 속도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반죽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반죽은 주방 온도보다 자기 온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발효할 때 실내가 몇 도인지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만 정작 반죽 자체의 온도는 잘 재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24℃ 주방에서 만든 반죽이라도 처음부터 온도가 똑같지는 않습니다.
겨울철 차가운 밀가루와 차가운 물로 반죽했다면 완성된 반죽 역시 낮은 온도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물을 사용하고 믹서를 오래 돌렸다면 마찰열까지 더해져 생각보다 반죽 온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시피에 적힌 발효 시간만 비교하면서 “나는 왜 한 시간이 지나도 안 부풀지?”라고 판단하면 원인을 놓치기 쉽습니다. 출발할 때의 반죽 온도부터 달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레시피가 계절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겨울에는 재료와 작업 환경이 차가워 반죽 온도가 낮아지기 쉽고, 여름에는 그 반대가 됩니다. 여기에 믹싱 과정에서 생기는 열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실내 온도 하나만으로 실제 반죽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뜻하게 하면 빨라지는데, 왜 계속 높이면 안 될까요?
온도가 올라가면 일정 범위 안에서는 이스트의 대사와 발효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반죽의 부피도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추운 주방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반죽을 적당히 따뜻한 환경으로 옮겼을 때 갑자기 발효가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빨리 부풀리는 것이 항상 좋은 발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발효하는 동안 반죽에서는 가스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살펴봤던 효소 작용이 이어지고 반죽의 물성도 변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물질은 완성된 빵의 향과 맛에도 영향을 줍니다. 시간을 무조건 줄여 부피만 빠르게 키우는 것과 적당한 조건에서 반죽을 발효시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특히 버터가 많이 들어간 반죽이라면 온도의 영향이 더 눈에 띌 수 있습니다. 너무 따뜻해지면 버터가 지나치게 물러지고 반죽이 번들거리거나 힘없이 늘어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앞 글에서 버터의 상태를 중요하게 본 이유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발효가 느릴 때 바로 이스트부터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죽이 예상보다 늦게 부풀면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 원인이 이스트입니다. 오래된 이스트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결론 내리기는 이릅니다.
특히 겨울이라면 물과 우유를 얼마나 차갑게 사용했는지, 밀가루는 어디에 보관했는지, 믹싱이 끝났을 때 반죽이 차갑지는 않았는지부터 확인해볼 만합니다.
여기서 반죽을 빨리 살리겠다고 뜨거운 환경으로 옮기는 방법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발효 속도를 조금 끌어올리는 것과 반죽을 과하게 데우는 것은 다릅니다.
발효 시간을 볼 때는 시계와 반죽을 같이 보는 편이 좋습니다. 레시피에 60분이라고 적혀 있어도 60분이 되는 순간 반죽 내부에서 어떤 스위치가 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보다 부피가 얼마나 늘었는지, 표면이 어떻게 변했는지, 반죽 안에 가스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온도가 낮다면 같은 상태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오히려 반죽을 식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겨울에는 발효가 늦어서 고민하지만 한여름에는 정반대입니다. 재료도 따뜻하고 실내 온도도 높은 데다 믹싱 과정의 마찰열까지 겹치면 처음부터 반죽 온도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물을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용하는 물의 온도를 낮추거나 재료의 온도를 조절해서 처음부터 반죽이 과하게 따뜻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오히려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발효 중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1시간 정도 걸렸다는 기억만 믿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이미 필요한 상태를 지나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레시피에 적힌 시간보다 일찍 반죽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국 계절이 바뀔 때마다 레시피를 새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레시피라도 물 온도와 반죽 온도, 발효 시간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도계 하나가 의외로 많은 답을 알려줍니다
처음에는 빵 반죽에 온도계까지 써야 하나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효가 자꾸 들쭉날쭉하다면 시간만 기록하는 것보다 반죽 온도를 함께 적어보는 편이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70분 만에 원하는 만큼 부풀었고 다른 날은 100분이 걸렸다면 결과만 봐서는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믹싱 직후 반죽 온도를 같이 기록해두면 두 반죽의 출발 조건이 달랐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록이 몇 번 쌓이면 ‘우리 집에서는 겨울에 이 정도 온도로 반죽했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터넷 레시피의 숫자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내 주방에서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는 셈입니다.
빵 발효에서 온도는 반죽을 빨리 부풀리기 위한 가속 페달이라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늦으면 무조건 뜨겁게, 빠르면 무조건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맞추기보다 반죽이 어떤 온도에서 출발했고 지금 어떤 상태에 와 있는지를 같이 보는 편이 결과를 일정하게 만들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