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치댄 반죽은 팽팽하고 손으로 늘리면 쉽게 되돌아오는데, 발효가 진행된 뒤에는 같은 반죽이 한결 부드럽고 잘 늘어납니다. 단순히 가스가 차서 커진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발효하는 동안 반죽의 글루텐 구조와 물성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봤습니다.
믹싱을 끝낸 직후의 빵 반죽을 잡아당겨 보면 꽤 힘이 있습니다. 길게 늘리려고 하면 손을 따라오기보다 버티거나 다시 줄어들고, 성형하려고 밀어놓아도 슬금슬금 원래 크기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1차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된 반죽을 다시 만져보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부피가 커진 것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이도 큽니다. 처음보다 부드럽게 눌리고, 잡아당겼을 때 비교적 자연스럽게 늘어나며 접기도 편해집니다. 재료를 더 넣은 것도 아닌데 반죽의 성질이 달라진 셈입니다.
반죽은 발효하는 동안 가만히 부풀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발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변화는 부피입니다. 이스트가 당을 이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들고, 앞 글에서 다룬 작은 기포들이 그 가스를 받아들이며 커집니다. 그래서 반죽의 높이가 올라가고 표면도 볼록해집니다.
하지만 그 몇 시간 동안 반죽 내부에서는 가스 생성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믹싱할 때 힘을 받아 팽팽해졌던 글루텐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이완되고, 반죽 안의 수분도 밀가루 성분과 계속 상호작용합니다. 효소의 작용도 함께 진행됩니다.
그래서 발효 전과 후를 같은 크기로 떼어 비교해보면 단순히 ‘큰 반죽과 작은 반죽’ 정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누르는 느낌과 늘어나는 정도, 표면의 긴장감까지 달라져 있습니다.
발효 중에는 두 변화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스트가 만든 가스로 반죽의 기포는 점점 커지고, 한편으로는 반죽 자체의 물성도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발효 상태를 볼 때 부피만 확인하면 반죽에서 일어난 변화를 전부 읽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의 팽팽한 반죽이 시간이 지나면 한결 잘 늘어납니다
믹싱은 글루텐을 발달시키는 과정인 동시에 반죽에 상당한 힘을 가하는 작업입니다. 믹싱 직후 반죽을 바로 길게 밀거나 넓게 펼치려고 하면 강하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두면 같은 반죽이 전보다 수월하게 늘어납니다.
이전에 다룬 탄성과 신장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좋습니다. 반죽에는 잡아당긴 뒤 돌아가려는 성질과 찢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이 함께 있습니다. 반죽에 가해졌던 긴장이 시간이 지나며 완화되면 처음처럼 강하게 버티지 않고 변형을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벤치타임을 준 뒤 성형이 쉬워지는 것도 이와 연결됩니다. 둥글리기를 마친 반죽을 곧바로 밀면 계속 줄어들던 것이 10~20분 정도 쉬고 난 뒤에는 훨씬 편하게 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휴지 시간 동안 반죽이 갑자기 새로운 글루텐을 대량으로 만들어서라기보다, 앞선 작업에서 받은 긴장이 완화된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잘 늘어나는 반죽 = 글루텐이 약해진 반죽이라고 바로 판단하면 곤란합니다. 충분한 힘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상태가 있고, 구조 자체가 약해져 축 늘어지는 상태도 있습니다. 손에 닿는 느낌은 비슷해 보여도 결과는 다릅니다.
발효 중 접어주는 폴딩은 왜 반죽을 다시 탄탄하게 만들까요?
고수분 반죽을 발효시키다 보면 처음에는 바닥으로 넓게 퍼지던 반죽이 한두 차례 폴딩을 거친 뒤 제법 형태를 유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반죽이 부드러워진다고 했는데, 중간에 접어주면 오히려 다시 힘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둘은 모순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발효하면서 반죽은 계속 이완되고 기포도 커지지만, 폴딩을 하면 늘어진 반죽을 다시 겹쳐 정돈하면서 구조에 힘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죽 내부의 온도와 가스 분포도 어느 정도 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폴딩의 횟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아직 힘이 부족해 넓게 퍼지는 반죽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미 충분한 구조를 가진 반죽을 필요 이상으로 계속 만지면 발효 중 만들어진 기포까지 지나치게 건드리게 됩니다.
손으로 반죽을 들어 올렸을 때 처음보다 형태를 잘 유지하고, 접은 뒤 스스로 어느 정도 모양을 잡는다면 굳이 횟수를 채우기 위해 계속 접을 이유는 없습니다. 레시피에 적힌 횟수와 함께 실제 반죽의 변화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부드러워진 것과 힘없이 퍼지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발효가 잘 진행된 반죽은 처음보다 부드럽고 늘리기 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계속 좋은 방향으로 부드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발효가 지나치게 진행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죽은 크게 부풀어 있지만 표면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용기에서 꺼냈을 때 축 늘어지거나 손에 달라붙으면서 형태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성형한 뒤에도 옆으로 쉽게 퍼지고 작은 자극에 가스가 빠지면서 주저앉는다면 단순히 ‘신장성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죽이 부드럽다는 한 가지 느낌만으로 발효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부피가 얼마나 변했는지, 표면에 힘이 남아 있는지, 잡아당겼을 때 늘어나면서도 구조를 유지하는지를 함께 보는 쪽이 실제 반죽 상태를 파악하기 쉽습니다.
특히 발효 시간을 시계로만 맞추면 계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쉽습니다. 같은 60분이라도 반죽 온도와 실내 온도가 다르면 그동안 일어난 변화의 정도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시피의 시간은 기준점으로 두되, 실제 반죽이 어느 정도 변했는지를 같이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발효 전후 반죽을 나란히 보면 변화가 훨씬 선명합니다
이 차이를 확인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1차 발효 전후의 반죽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입니다. 발효 전 반죽의 높이만 찍고 끝내기보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의 모습이나 반죽 일부를 조심스럽게 늘렸을 때의 상태까지 기록하면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발효를 단순히 ‘반죽을 두 배로 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가스가 만들어지고 기포가 커지는 동안 반죽의 긴장도 풀리고, 내부 구조 역시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차 발효가 끝났는지를 판단할 때도 부피 하나만 보는 것보다 반죽을 만졌을 때의 느낌까지 같이 기억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손을 밀어내듯 팽팽했던 반죽이 어느 순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형태를 유지한다면, 그 변화 자체가 발효가 남긴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1. Dobraszczyk BJ, Morgenstern MP. Rheology and the Breadmaking Process.
빵 반죽의 점탄성과 변형 특성을 제빵 공정과 연결해 다룬 논문입니다. 반죽이 힘을 받은 뒤 시간에 따라 이완되는 성질과 발효·성형 과정에서 나타나는 물성 변화를 설명하는 데 참고했습니다.
2. Delcour JA, Joye IJ, Pareyt B, Wilderjans E, Brijs K, Lagrain B. Wheat Gluten Functionality as a Quality Determinant in Cereal-Based Food Products.
밀 글루텐의 구조와 기능이 반죽의 물성 및 최종 제품 품질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리한 자료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관찰되는 반죽의 탄성·신장성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근거로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