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시간을 충분히 지켰고 반죽도 눈에 띄게 커졌는데, 막상 구워보면 기대했던 만큼 빵이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이스트가 부족했나, 발효 온도가 낮았나부터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스트가 가스를 만드는 것과 반죽이 그 가스를 안에 붙잡아 두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스트가 활발하게 움직여도 만들어진 가스가 계속 빠져나간다면 반죽은 생각만큼 커질 수 없습니다.
제빵에서는 이렇게 발효 중 만들어진 가스를 반죽 안에 유지하는 능력을 가스 보유력이라고 합니다. 발효가 잘됐는데도 빵의 부피가 아쉽다면 이 부분을 같이 봐야 합니다.

가스가 많이 생겼다고 반드시 크게 부푸는 것은 아닙니다
발효가 시작되면 이스트는 반죽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당을 대사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이 가스가 반죽 안의 작은 기포로 들어가면서 기포가 조금씩 커지고, 그 힘에 밀려 반죽 전체의 부피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전부 빵의 부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스를 담아둘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반죽 속 글루텐 네트워크입니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면 글루텐을 이루는 단백질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고, 믹싱이 진행될수록 가늘고 이어진 망 형태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발효 중 생긴 가스는 그 구조 안에 머물면서 반죽을 밀어 올립니다.
빵이 충분한 부피를 얻으려면 이 두 조건이 같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이스트를 넣고 같은 시간 동안 발효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쪽 반죽은 글루텐 구조가 안정되어 만들어진 가스를 잘 품고 있는 반면, 다른 반죽은 가스가 생겨도 내부에서 계속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스를 붙잡으려면 반죽이 무조건 강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가스 보유력이라고 하면 글루텐이 단단하고 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실제 반죽에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발효가 진행되면 작은 기포 안으로 이산화탄소가 들어가면서 기포의 크기가 커집니다. 이때 기포를 둘러싼 반죽막도 함께 늘어나야 합니다.
반죽이 너무 강해서 잘 늘어나지 않으면 가스가 들어와도 기포가 충분히 확장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주 잘 늘어나기만 하고 다시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다면 막이 얇아지면서 쉽게 처지거나 찢어질 수 있습니다.
당겼을 때 어느 정도 길게 늘어나고, 그 상태에서도 구조가 쉽게 끊어지지 않아야 커지는 기포를 계속 감쌀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빵에서는 탄성과 신장성의 균형을 중요하게 봅니다. 눌렀을 때 어느 정도 되돌아오는 힘이 있으면서도 잡아당겼을 때 바로 찢어지지 않는 상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믹싱이나 폴딩 역시 단순히 반죽을 질기게 만드는 작업은 아닙니다. 엉켜 있던 글루텐을 정돈하고, 가스를 둘러쌀 수 있도록 연결된 구조를 만들어주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반죽을 얇게 늘렸을 때 쉽게 찢어지지 않고 얇은 막이 만들어지는 윈도페인 테스트도 이런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 테스트가 잘 나온다고 해서 이후 발효 상태까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반죽의 구조는 계속 변합니다.
처음에는 잘 부풀다가 나중에 힘없이 꺼지는 이유
가스 보유력은 반죽을 완성한 순간 한 번 결정되고 끝나는 성질이 아닙니다.
발효 초반에는 기포가 작기 때문에 반죽막에 걸리는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포 안에 가스가 계속 들어오면 크기가 점점 커지고, 기포를 감싸고 있는 반죽막은 그만큼 더 얇게 늘어납니다.
구조가 안정적인 동안에는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반죽은 둥글게 올라오고 표면에도 어느 정도 팽팽한 힘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발효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포가 계속 커지면서 그 사이를 나누던 얇은 막이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지고, 반죽 자체도 점차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이스트가 가스를 만들어도 그 가스를 예전처럼 보관하지 못합니다. 만졌을 때 힘없이 푹 꺼지거나, 부풀었던 반죽이 옆으로 퍼지고 심하면 다시 내려앉는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과발효를 단순히 ‘이스트가 너무 많이 활동한 상태’라고만 보는 것보다는, 가스의 양은 늘었지만 그것을 감싸던 구조가 한계에 가까워진 상태까지 함께 생각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발효는 됐는데 부피가 작다면 이런 부분을 같이 봅니다
반죽이 생각보다 부풀지 않았다고 이스트부터 더 넣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스트를 늘리면 가스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가스를 담아둘 구조가 약한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반죽 상태 | 가스 보유에 생길 수 있는 변화 |
|---|---|
| 믹싱이 부족한 반죽 | 글루텐 연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커지는 기포를 안정적으로 감싸기 어렵습니다. |
| 지나치게 믹싱된 반죽 | 반죽이 끈적이고 약해지며 쉽게 찢어지는 단계까지 가면 가스를 유지하는 구조도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
| 과발효된 반죽 | 기포가 지나치게 커지고 막이 얇아지면서 반죽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기 쉽습니다. |
| 성형하면서 많이 찢어진 반죽 | 이미 만들어진 글루텐 연결이 끊어지면서 내부의 가스가 빠져나가기 쉬워집니다. |
| 통밀이나 겨 비율이 높은 반죽 | 겨 입자가 글루텐 구조의 연속성을 방해해 흰 밀가루 반죽보다 부피가 작게 나올 수 있습니다. |
특히 통밀빵을 흰 밀가루 식빵과 같은 기준으로만 보면 발효가 덜 됐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통밀에 들어 있는 겨는 물을 흡수하는 방식도 다르고 글루텐망이 이어지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같은 발효 조건에서도 부피와 조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수분량도 같이 봐야 합니다. 물이 많은 반죽은 부드럽고 잘 늘어나기 때문에 큰 기포를 만들기 좋은 조건이 될 수 있지만, 그 수분을 견딜 정도로 글루텐 구조가 잡히지 않았다면 위로 올라가기보다 옆으로 퍼집니다.
반대로 물이 너무 적으면 반죽은 단단해서 형태를 잘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포가 자유롭게 확장할 여유가 줄어들어 속결이 조밀해지기 쉽습니다.
발효를 볼 때 부피만 확인하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레시피에서 흔히 ‘두 배가 될 때까지 발효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제 반죽에서는 부피 하나만으로 모든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스가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지, 글루텐이 그 가스를 잘 잡고 있는지, 반죽의 온도와 수분은 어떤지, 발효가 진행되면서 구조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났는지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죽이 커지는 동안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둥근 형태를 유지한다면 내부 기포를 잡아주는 힘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크기는 많이 커졌는데 표면에 힘이 없고, 손으로 살짝 건드렸을 때 쉽게 꺼진 뒤 형태를 잡지 못한다면 단순히 발효 시간을 더 주는 것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성형할 때도 차이가 보입니다. 적당하게 발효되고 구조가 남아 있는 반죽은 안에 가스가 차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손에 잡히는 힘이 있습니다. 반면 구조가 지나치게 약해진 반죽은 얇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축 늘어지거나 조금만 당겨도 쉽게 찢어집니다.
이스트가 가스를 만드는 것이 발효의 시작이라면, 그 가스를 잃지 않고 오븐까지 가져가는 것은 반죽 구조의 몫입니다. 겉으로는 충분히 발효된 것처럼 보여도 완성된 빵의 부피가 계속 작게 나온다면 이스트 양보다 먼저 반죽이 가스를 얼마나 잘 붙잡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트 발효와 글루텐 구조가 반죽의 팽창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Gan Z., Ellis P.R., Schofield J.D., Gas Cell Stabilisation and Gas Retention in Wheat Bread Dough, Journal of Cereal Science, 1995.
밀 반죽에서 기포가 안정화되고 가스가 유지되는 과정과 반죽 구조의 관계를 다룬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