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료로 만든 빵인데도 속을 잘라보면 작은 구멍이 촘촘한 빵이 있는가 하면 크고 불규칙한 구멍이 나타나는 빵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발효할 때 가스가 얼마나 많이 생겼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반죽 속 기포가 만들어지고 커진 뒤 오븐에서 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식빵을 잘랐을 때는 속에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퍼져 있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치아바타나 바게트를 잘랐는데 식빵처럼 속이 빽빽하면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식빵 한가운데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큰 구멍이 하나 생겼다면 이것 역시 기대했던 결과와는 다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구멍들이 오븐 안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완성된 빵에서 보이는 기공의 바탕은 반죽을 섞는 순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믹싱과 발효, 폴딩과 성형을 거치면서 계속 달라집니다. 오븐은 그동안 변해온 구조를 크게 팽창시킨 뒤 최종적으로 굳혀 놓는 마지막 단계에 가깝습니다.
빵 속 구멍의 시작은 이스트가 아니라 공기입니다
빵 속 구멍을 보면 이스트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빈 공간을 하나씩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과정은 조금 다릅니다. 밀가루와 물을 섞고 반죽하는 동안 공기가 반죽 속으로 들어가면서 작은 기포들이 만들어지고, 이후 발효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기존 기포 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공간을 키웁니다.
이 차이는 꽤 중요합니다. 이스트가 가스를 충분히 만들었다고 해도 반죽 안에 가스를 받아들일 기포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원하는 속결이 그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죽을 섞으며 작은 공기방울이 들어감 → 발효하면서 이산화탄소 생성 → 가스가 기포 안으로 이동 → 기포가 팽창 → 굽는 동안 더 커진 뒤 구조가 고정됨
믹싱 방식이 빵의 속결과 연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하게 믹싱한 식빵 반죽에서는 비교적 많은 작은 기포가 분산될 수 있고, 이런 기포들이 이후 발효하면서 자라면 비교적 고르고 촘촘한 조직을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물론 최종 기공은 믹싱 하나로 결정되지 않고 이후의 발효와 성형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작았던 기포가 모두 똑같은 크기로 자라지는 않습니다
발효가 시작되면 반죽 속에서는 이스트가 계속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처음에 있던 수많은 기포가 나란히 같은 속도로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치와 주변 반죽막의 상태가 다르고 기포 사이의 압력 차이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 차이가 생깁니다.
서로 가까이 있는 기포 사이의 막이 얇아지거나 구조가 불안정해지면 두 공간이 연결되면서 더 큰 기포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발효가 진행될수록 처음보다 기포 크기의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반죽의 물성도 끼어듭니다. 기포가 커지려면 주변 반죽막이 찢어지지 않은 채 늘어나야 합니다. 앞에서 다뤘던 신장성과 탄성이 실제 발효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지점입니다. 너무 뻣뻣해 팽창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반대로 구조가 지나치게 약해진 반죽에서는 기포가 원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큰 기공 = 발효를 오래 했다라고 단순하게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수화율과 반죽의 발달 정도, 발효 상태, 폴딩, 성형하면서 가한 압력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치아바타의 큰 구멍과 식빵의 작은 구멍은 무엇이 다를까요?
기공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작다고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어떤 빵을 만들었느냐가 먼저입니다.
식빵은 샌드위치나 토스트로 잘라 먹는 경우가 많아 속결이 지나치게 불규칙하면 사용하기 불편합니다. 충분한 믹싱과 성형을 통해 비교적 균일한 조직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형하면서 큰 가스 주머니를 어느 정도 정리하면 작은 기포가 고르게 분포된 속결을 얻기 쉬워집니다.
치아바타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분이 많은 반죽을 다루면서 발효 중 만들어진 기포를 가능한 한 거칠게 눌러 없애지 않고 분할과 성형도 비교적 조심스럽게 진행합니다. 잘 구워진 치아바타를 잘랐을 때 크고 작은 구멍이 불규칙하게 섞여 보이는 이유를 단순히 높은 수화율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바게트 역시 무조건 큰 구멍 몇 개가 있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적당한 크기의 기공이 전체적으로 이어지면서도 반죽의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 쪽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커다란 빈 공간 하나와 다양한 크기의 기공이 고르게 분포한 것은 겉보기에도 상당히 다릅니다.
특히 한쪽에만 터널처럼 큰 공간이 생겼다면 ‘기공이 잘 나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성형할 때 남은 큰 가스 주머니나 반죽이 제대로 붙지 않은 부분 등 다른 원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형할 때 반죽을 누르는 정도도 속결을 바꿉니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작업대에 올린 뒤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면 눈에 보이던 큰 기포가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가스를 완전히 없앤 뒤 이스트가 처음부터 다시 채우는 것은 아닙니다. 반죽에는 여전히 작은 기포가 남아 있고 이후 2차 발효에서 다시 팽창합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까지 가스를 정리할지는 빵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운 속결을 원하는 식빵이라면 유난히 큰 기포를 정리하면서 반죽을 고르게 성형하는 편이 맞습니다. 반면 큰 기공을 살리고 싶은 고수분 빵을 같은 방식으로 강하게 눌러버리면 발효 중 만들어진 구조를 상당 부분 잃게 됩니다.
이 때문에 레시피에서 ‘가스를 빼라’, ‘기포를 살려서 다뤄라’는 표현이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만들고자 하는 빵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오븐에 들어간 기포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커집니다
성형을 마친 반죽의 기공이 그대로 완성된 빵의 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븐에 들어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면 반죽 내부의 가스가 팽창하고 수증기도 발생하면서 기존 기포가 더 커집니다. 우리가 오븐스프링이라고 부르는 변화도 이 과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팽창은 계속되지 않습니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서 전분은 물을 흡수해 구조를 만들고 단백질도 열에 의해 변하면서 부드럽던 반죽의 내부가 점차 고정됩니다. 그 순간부터 기포는 더 이상 자유롭게 커지지 못하고 우리가 빵을 잘랐을 때 보는 기공으로 남습니다.
결국 빵 단면은 발효 하나의 결과가 아닙니다. 믹싱하면서 들어간 작은 공기방울부터 발효 중 가스 팽창, 반죽을 접고 나누고 성형한 방식, 마지막 오븐의 열까지 이어진 흔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빵을 잘랐을 때 구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발효 시간만 고치기보다 단면이 어떤 모습인지 먼저 보는 편이 낫습니다. 전체가 지나치게 조밀한지, 특정 부분에만 큰 공간이 있는지, 크고 작은 기공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지에 따라 되짚어봐야 할 과정도 달라집니다. 빵의 단면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