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빼기는 발효된 반죽 속 기포를 모두 없애는 과정이 아닙니다. 1차 발효 후 반죽을 누르는 이유와 큰 기포를 정리하는 원리, 가스를 너무 많이 뺐을 때 빵에 생기는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처음 빵을 만들 때 이해가 잘 안 됐던 과정 중 하나가 가스 빼기였습니다. 1차 발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반죽을 빵빵하게 부풀려 놓고, 이제 잘됐구나 싶었는데 레시피에서는 다시 손으로 눌러 가스를 빼라고 합니다. 열심히 부풀린 걸 왜 굳이 다시 눌러야 하나 싶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만졌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스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성형해 보니 구운 빵의 속에 유난히 큰 구멍이 생기거나 한쪽은 촘촘하고 다른 쪽은 크게 비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반죽을 있는 힘껏 눌러 완전히 납작하게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2차 발효가 더디고 속결도 생각보다 답답했습니다.
몇 번 만들어 보니 가스 빼기는 많이 빼느냐 적게 빼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필요 없는 큰 기포는 정리하고, 다음 발효에서 다시 자랄 작은 기포는 남기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가스 빼기란 무엇일까요?
제빵에서 말하는 가스 빼기(degassing)는 1차 발효 후 반죽에 쌓인 가스를 일부 제거하고 기포 구조를 다시 정돈하는 과정입니다. 반죽을 가볍게 누르거나 접고, 분할과 둥글리기 또는 성형을 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가스가 빠집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가스 빼기라는 이름 때문에 반죽 속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목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죽 안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기포부터 손가락만 한 큰 기포까지 여러 크기의 기포가 생겨 있습니다.
이 중 지나치게 커진 기포를 그대로 둔 채 성형하면 그 자리가 구운 빵에서도 커다란 빈 공간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큰 기포는 정리하면서 반죽 전체의 기포 분포를 다시 고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죽 속 가스는 어디에서 생겼을까요?
발효가 시작되면 효모는 반죽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당을 대사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듭니다.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반죽 밖으로 바로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는 글루텐 구조가 기체를 붙잡아 두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기포였지만 발효가 진행되면서 기체가 들어가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잘라 보면 내부에 크고 작은 기포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1차 발효 중 반죽 안에서는
- 효모가 발효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듭니다.
- 이산화탄소가 기존의 작은 기포 안으로 들어갑니다.
- 글루텐막이 늘어나면서 기포를 감쌉니다.
- 기포가 커지면서 반죽 전체의 부피도 증가합니다.
- 기포의 크기는 모두 똑같지 않기 때문에 성형 전에 다시 정돈할 필요가 생깁니다.
잘 부푼 반죽을 왜 다시 누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기포 크기를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자세히 보면 유난히 크게 자란 기포가 몇 개씩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기포를 그대로 남기면 성형하면서 한쪽으로 몰리거나 구운 뒤 속에 커다란 구멍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식빵이나 모닝빵처럼 비교적 고른 속결을 원하는 빵에서는 기포를 어느 정도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바게트나 치아바타처럼 크고 불규칙한 기공 자체가 특징인 빵은 같은 강도로 가스를 빼지 않습니다.
가스 빼기의 강도는 빵마다 달라집니다. 식빵처럼 촘촘하고 일정한 기공을 원하는 반죽과 치아바타처럼 큰 기공을 살리고 싶은 반죽을 똑같이 누르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가스를 빼면 효모도 없어질까요?
반죽을 눌러 가스를 뺀다고 효모가 함께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빠져나가는 것은 반죽 안에 모여 있던 기체의 일부이고 효모는 여전히 반죽 속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성형을 끝낸 뒤 2차 발효를 시작하면 다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 기포도 다시 커집니다.
이 부분을 알고 나면 1차 발효 후 반죽을 누르는 것이 조금 덜 아깝게 느껴집니다. 지금 보이는 큰 부피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음 발효에서 더 안정적으로 부풀 수 있도록 내부를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가스 빼기는 언제 하는 걸까요?
보통은 1차 발효가 끝난 뒤 분할과 성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레시피에 ‘가스를 빼주세요’라는 과정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아도 반죽을 작업대로 옮기고 분할하고 둥글리는 동안 이미 어느 정도 가스가 빠집니다.
| 과정 | 반죽에서 일어나는 변화 |
|---|---|
| 작업대로 꺼내기 | 반죽 자체 무게와 손의 압력으로 일부 가스가 빠집니다. |
| 분할 | 큰 기포 일부가 끊기고 반죽 구조가 나뉩니다. |
| 둥글리기 | 기포가 재배치되고 표면 장력이 만들어집니다. |
| 성형 | 큰 기포를 정리하고 완성할 빵에 맞춰 반죽 방향을 잡습니다. |
| 2차 발효 | 남아 있는 기포가 다시 이산화탄소를 받아 성장합니다. |
손바닥으로 세게 눌러야 할까요?
반죽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식빵 반죽이라면 주먹으로 세게 내려칠 필요는 없습니다. 손바닥이나 손가락을 이용해 큰 기포가 느껴지는 부분을 눌러 정리하고, 성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은 가스를 조절하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발효가 잘된 반죽은 내부 구조가 부드럽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면 작은 기포까지 많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죽이 터질까 봐 거의 건드리지 않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압력을 주더라도 반죽을 찢거나 짓이기지 않는 것이 기준입니다.
식빵 반죽이라면 이렇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작업대에 반죽을 꺼낸 뒤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큰 기포를 정리합니다.
- 밀대로 펼칠 때 유난히 큰 공기주머니가 있으면 따로 빼줍니다.
- 반죽을 찢거나 문지르듯 누르지 않습니다.
- 성형 후 표면 장력이 다시 만들어지는지 확인합니다.
가스를 너무 많이 빼면 어떻게 될까요?
반죽을 완전히 납작하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누르면 이미 만들어져 있던 작은 기포까지 많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후 효모가 다시 이산화탄소를 만들기 때문에 반죽이 전혀 부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2차 발효에서 기포를 다시 키우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공을 살려야 하는 반죽에서는 차이가 더 크게 보입니다. 치아바타나 고수분 반죽을 식빵처럼 밀대로 여러 번 밀어 버리면 특유의 크고 불규칙한 기공이 사라지고 속이 예상보다 촘촘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가스 빼기 =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기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 가스를 남길지는 완성하려는 빵의 속결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대로 가스를 거의 빼지 않으면?
1차 발효에서 만들어진 큰 기포가 그대로 남아 성형 과정에서 한쪽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식빵을 말았는데 특정 부분만 풍선처럼 부풀거나, 구운 뒤 윗부분에 큰 구멍 하나가 생기는 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큰 구멍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스 빼기 부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성형할 때 반죽 사이에 공기가 들어갔거나 이음매가 제대로 붙지 않았을 때도 비슷한 빈 공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단면만 보지 말고 성형할 때 큰 기포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도 같이 기록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식빵과 치아바타는 가스 빼기가 다릅니다
| 빵 종류 | 가스 조절 | 원하는 속결 |
|---|---|---|
| 식빵 | 큰 기포를 비교적 확실하게 정리 | 작고 고른 기공 |
| 모닝빵 | 분할과 둥글리면서 고르게 정리 | 부드럽고 일정한 기공 |
| 바게트 | 필요 이상으로 누르지 않음 | 크고 작은 기공이 섞인 조직 |
| 치아바타 | 가능한 한 기포를 살려 조심스럽게 작업 | 크고 불규칙한 기공 |
예전에는 레시피에 ‘가스를 뺀다’고 적혀 있으면 모든 반죽을 비슷한 힘으로 눌렀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속결을 생각하고 작업해 보니 기준이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식빵은 큰 공기주머니가 남지 않도록 정리하고, 치아바타는 손끝으로 들어 올릴 때 기포가 꺼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덜 만지는 식입니다.

큰 구멍이 생겼다면 가스 빼기부터 확인해 봅니다
식빵을 잘랐는데 윗부분에 커다란 빈 공간이 생겼다면 저는 우선 1차 발효 후 큰 기포를 제대로 정리했는지부터 생각해 봅니다. 그다음에는 밀대로 펼칠 때 반죽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말아 넣은 이음매가 제대로 붙었는지를 같이 확인합니다.
반대로 속 전체가 지나치게 촘촘하다면 가스를 너무 강하게 뺀 것만 볼 게 아니라 2차 발효가 충분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완성된 빵 하나에 나타나는 문제는 한 과정에서만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앞뒤 공정을 같이 보는 편이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기억해 둘 부분
- 가스 빼기는 반죽 속 기체를 전부 제거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 큰 기포를 정리하고 기포 분포를 다시 고르게 만드는 목적이 있습니다.
- 효모는 반죽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2차 발효에서 다시 기체가 만들어집니다.
- 식빵과 치아바타는 원하는 기공이 다르므로 가스를 빼는 강도도 달라야 합니다.
- 너무 강하게 누르면 작은 기포까지 많이 사라지고, 너무 약하면 큰 구멍이 남을 수 있습니다.
- 분할과 둥글리기, 성형 자체도 가스를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자주 궁금했던 부분
가스 빼기를 하면 발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기체가 빠지더라도 효모는 반죽 안에 남아 있고 발효 과정도 이어집니다. 이후 2차 발효에서 이산화탄소가 다시 만들어지면서 남아 있는 기포가 성장합니다.
반죽을 주먹으로 눌러도 되나요?
반드시 주먹으로 세게 누를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식빵 반죽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눌러 큰 기포를 정리하고 성형 과정에서 추가로 조절해도 충분합니다. 필요한 힘은 반죽과 원하는 기공에 따라 달라집니다.
큰 기공이 있는 빵은 가스를 빼면 안 되나요?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게트나 치아바타도 분할과 성형 과정에서 일부 가스가 빠집니다. 다만 식빵처럼 기포를 적극적으로 눌러 없애기보다 이미 형성된 기포를 가능한 한 살리면서 작업합니다.
마무리
가스 빼기라는 이름만 보면 잘 부푼 반죽에서 공기를 빼버리는 과정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다음 발효를 위한 정리 작업에 가깝습니다. 1차 발효에서 제각각 커진 기포를 한 번 정돈하고, 원하는 빵의 모양과 속결에 맞게 다시 배열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반죽을 누를 때는 ‘가스를 얼마나 많이 빼야 하지?’보다 ‘이 빵에서는 어떤 기포를 남기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식빵을 만들 때와 치아바타를 만들 때 손의 힘이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참고 자료
Struyf N, Van der Maelen E, Hemdane S, et al. Bread Dough and Baker's Yeast: An Uplifting Synergy.
제빵용 효모의 발효와 이산화탄소 생성, 반죽의 가스 보유 능력, 글루텐 구조가 빵의 부피와 기공 형성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폭넓게 정리한 리뷰 논문